역사와 전통의 레이블 뉴욕 ESP-disk 아티스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정은혜의 즉흥 연주 솔로 피아노 앨범
Nolda 놀다 국내 발매!!
세 가지 차원의 <놀다>
1. 나의 첫 솔로 피아노 앨범의 제목은 ‘치다’이다. 치다(Chi-Da)와 놀다(Nolda)라는 말은 모두 ‘play’로 번역할 수 있다. ‘치다’는 두 물체가 부딪침으로써 소리를 만들어내는 물리적 움직임을 일컫는 반면, ‘놀다’는 장난스러운 놀이와 더욱 밀접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혹자는 이 말을 피아노 건반 위에서 재미있고 자유롭게 흐르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해석은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감히 묻건대 그 누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진정한 즐거움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놀다’는 몸, 마음 그리고 세계로 이루어진 물리적 현실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 동시에 초월함을 의미한다. 우리 음악가들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형태의 에너지를 재료로 창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놀다’는 음악 행위에서 일종의 마법과도 같다.
2. 음악은 나에게 십 대 시절부터 갈망해온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고 마침내 구현해내는 매개체였다. 세상에 대한 나만의 이해와 관점을 연결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담긴 의미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음악 행위 방식을 찾아내기까지, 나는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한 이후부터 꼭 10년이다. 그동안 배움과 학습 해소(unlearning), 해체와 재구조화하기의 많은 과정들을 거쳐왔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르러야 나의 삶과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음악적 거점을 비로소 마련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일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을 공연할 만한 무대나 음악적 고민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미디어 플랫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면 때때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쟁점은 가장 적합한 플랫폼의 부재와 부족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듣기 관행, 듣기 문화와 관련 있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전문가들이 모두 아티스트에게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감상자들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예리하게 듣는 귀를 갖춘 비전문가를 더욱 신뢰하게 되는 이유다. 우리 전통에는 ‘귀명창’이라는 존재가 있다. 이는 음악 창작자, 연주자의 심리에 자신을 조율할 줄 아는 적극적인 행위자로서의 청자를 일컫는다. 귀명창은 음악 분야의 박식뿐 아니라 전 인생을 걸쳐 철저한 수행을 통해 이루는 변혁적 듣기로 함께(역시) ‘연주’한다. 이런 견지에서 나의 음악은 오히려 일반 대중 속에 있다. 한편으로 음악 전문가인 ESP-Disk의 스티브 홀지(Steve Holtje)가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프리재즈의 거장들과 그 너머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담아낸 레이블에서 이 앨범의 발매를 진행해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사막의 결핍은 오아시스를 더욱 돋보이게 하지 않는가.
3. 내 고향 나라,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립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인생의 첫 20년을 보냈다. 이 앨범은 내 몸과 영혼에 새겨진 한국의 자연을 반영한다. 자연은 항상 고요히 나에게 말을 건넨다. 산속의 생명들은 나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들은 존재 자체로서 듣는다. 이 앨범은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등장한 주요 화가들의 산수화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들의 작품은 관념 산수 혹은 진경 산수라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람하며 관찰한 현실을 이상향과 감각으로 자신의 심리와 융합한 지점에서 같다. 결국 ‘놀다’는 내가 그림에서 본 산 중 내내 아무 말없이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어느 산, 그 자체이다.
2021년 6월 23일 보스턴에서
정은혜 씀
라이너노트
피아니스트 정은혜의 심오한 아름다움을 지닌 음악적 표현들은 그녀가 솔로 연주를 할 때면 특별한 차원에 이른다. 그녀는 뚜렷이 다른 여러 음악적 영향들을 결합하고,탐구적인 음색과 텍스쳐로 가득 찬 신선하고 역동적인 길을 창조해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가(risk-taker)이자 자유를 추구 (freedom-seeker)하는 음악가이다.
그녀 음악발달 초기에 이루어진 클래식 공부, 이후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몰입, 명문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갈고닦은 컨템퍼러리 재즈 요소들은 모두 피아니스트 정은혜가 잘 연마된 음악적 커뮤니케이션을 확고히 이뤄내는 데에 역할을 했다.
이 음반 각각의 트랙의 연주는 수준 높은 기술적 컨트롤 뿐만 아니라 고도로 능숙한 즉흥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그녀의 음악은 조각적인 장관을 연출하며, 독창적인 움직임, 음색의 대비와 변화무쌍한 속도감을 통해 청자에게 기이하면서도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음악은 항상 우리를 실제와 상상 속의 풍경들, 건축적인 패턴, 짜임새 있는 춤, 그리고 표현적인 제스처를 상상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한편으로, 음악에 담긴 특정한 분위기들은 조용한 속삭임과 내면의 고요를 통해 (자연의, 그리고 영적 자아의)사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을 은근하게 제안한다.
다른 경우에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불안한 감각의 동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압도감을 주는 세상의 복잡한 교차점들과 불안해 보이는 오늘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피아니스트의 두 번째 솔로 피아노 앨범인 <놀다NOLDA>는 체계적인 변화를 아우르는 동시에, 보다 그 감정들이 서로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Perspective Shifts”를 예를 들어보면, 이 음악에 만연한 경외감은 인터벌의 조음과 굉음의 낮은 영역대의 코드들에서 비롯되는 한편, 넓은 음역대를 걸친 소리에서 비롯된 명상적인 정적인 에피소드와 대치된다. 또는 “Emerging Islands”에서 기발한 마침 꼴로 나타나는 음률의 분출을 다른 곡인 “Rooted”의 동기 발전(motivic development)과 비교해 볼 수 있다. “Rooted”는 판소리 미학의 특징으로 보이는 동적 신체성과, 극적인 발성/타악 특성에서 비롯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모던 클래식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위적인 요소가 거대한 소리의 벽으로 이끄는 “Strange Rocks”를 채우는 반면, 전반적으로 활달한 “Columnar Jointing”은 긴장감 넘치는 트레몰로와 묵상과 침묵, 갑작스러운 화성적 도약, 장난스러운 흥분감과 불안하게 경고하듯 낮게 울리는 소리(drones)까지 담아낼 적절한 공간을 찾아낸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고동치는 파동에 의해 고정되는 그 끝에 이르러서야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들쭉날쭉한 서정성과 리드미컬한 기백으로 충만한 앨범의 악곡들은 피아니스트 정은혜의 예술적 상상력을 드러내어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낄만한 풍성한 경험을 선물한다.
당신이 이 음반에 담긴 정경이 그려지는 면밀한 내러티브를 따라가 보며 영감을 얻기를 바라며 이 앨범을 권한다.
2021년 2월
Filipe Freitas, 뉴욕
“과감한 재능과 창조적인 에너지의 풍성함...” 이안 패터슨, All About Jazz
“거칠면서도 선적 우아함이 절대 부재하지 않는, 이 매우 정력적인 피아니스트의 용감하고 철저한 표현력이 우수한 기량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알려지고 재평가되어야 할 피아니스트이다.” 알도 데 노쳬, Jazz Convention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정은혜는 비평적인 자세로 꾸준한 연구를 통해 음악세계를 확장하는 창의적인 뮤지션이다. 2020년에 발매된 그녀의 네번째 앨범인 [존재들의 부딪힘, 치다]는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현대음악 매거진인 Sequenza 21과 한국의 재즈스페이스에서 각각 2020년도 베스트 앨범으로 꼽았고, 밴드캠프 데일리에 피쳐 기사를 통해 자세히 소개되었다.
이전에는 터틀 스윗 (2015), Chi-Da: Be Silent as Loud as Possible (2018), 2 Begets 3 (2018)의 앨범을 순차적으로 발매했다. 이들은 각각 표면 적으로는 매우 다른 음악적 언어로 이루어져있어, 디스코그라피는 그녀의 음악적 변모의 궤적을 보여 준다. 그러나 아티스트 자신에 의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듯한 그 음악적 방향들의 본질적 중심은 견고하고 변치않고 있다. 정은혜의 지속되는 음악적 테마 중 하나는 2011년에 한국전통음악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타력과 자력에 의해 끊어진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지속성을 되살려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국악원에서 주최하는 국제 국악 워크샵 참여 이후, 보스톤 소재의 버클리 음대에서 시김새-버클리 한국 전통음악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공연과 워크샵을 통해 버클리음대 내 문화적 다양화에 기여했다. 이러한 활동은 그녀의 데뷔 앨범 터틀스윗의 타이틀 곡인 ‘진도아리랑’에 응축되었다. 그녀의 음악은 SBS Love FM과 국악방송 라디오, 재즈 매거진 엠엠재즈와 재즈피플 등 국내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그녀의 한국전통음악에 대한 이해는 판소리를 공부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2015년 부터 2019년까지 매년 여름에 한국에서,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판소리꾼 배일동에게서 판소리의 원리, 발성법, 이의 모든 철학적 바탕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 이 공부는 전통 음악의 형식적, 음형적 요소에 기대지 않고, 그보다 본질적으로 내재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프로토콜 만들어 운용함으로써 용기있게 독창성을 추구하도록 했다.
그녀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음악가 자신들의 정수를 세상에 기꺼이 내어준 다양한 음악들과 음악가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헐리우드 영화 오스틴 파워 시리즈, 모탈 컴뱃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조지 S. 클린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바딤 네셀로브스키, 또한 2017년도 캐나다 밴프 아트센터에서 열린 밴프 국제 재즈 크리에이티브 음악 워크샵을 통해서 맥아서 “천재”상으로 불리는 펠로우쉽의 수상자인 비제이 아이어와 타이숀 소레이에게서 멘토링을 받았다. 근래에는 AACM과 그 계열의 음악가들의 음악세계을 접하면서 그녀의 영감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음악적 수단을 탐구하게 되었다. 또한 국제적으로 더 많이 알려진 실험적인 첼리스트 이옥경과 AACM의 멤버이자 퓰리처상 최종후보에도 올랐던 트럼페터 와다다 레오 스미스와 협연했다. 와다다 레오 스미스는 앙크라스메이션이라는 자신만의 혁신적인 작곡기법 언어를 체계화했으며, 그의 작곡 언어가 정은혜의 작곡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최근,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의 즉흥에 대한 비평적 연구기관인 IICSI의 콜로퀴엄 <Agile Futures: Approaching Improvisation>에서 패널로서 <Improvising to Create the Aged Now>라는 이론을 발표한바 있다.
기타 작편곡 작업으로는 보스톤 학생 영화제에서 수상한 단편영화 Payphone (2014)과 스티비 원더의 퍼커셔니스트인 무녕고 잭슨과 공동작업한 Ancestry (2015), 니잘 파레즈, 알비노 음비에와 같은 다양한 국제 음악가와 ROTU의 프로덕션에 참여했다.
정은혜는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창작활동, 공연, 즉흥연주, 집필, 티칭을 하고있다.
Track Listing:
1. Perspective Shifts
2. Strange Rocks
3. Blue Sun
4. Columnar Jointing
5. Rooted
6. Ultraviolet-lightly Coated
7. Emerging Islands
8. Threading Stories
9. If I Were
Credits:
Eunhye Jeong, piano
All music by Eunhye Jeong (ASCAP)
Recorded at Futura Productions (Roslindale, MA, USA) on January 8, 2021
Mixed and mastered by Travis Karpak
Cover design by Boyeon Choi
NOLDA 놀다 by 정은혜 [CD]